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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독재 끝내는데, 24시간으로 충분

박승혁 기자 patric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22 12:54

"일요일의 드라이브 같았다" 美도 놀란 트리폴리 장악
반군의 거침없는 공격에 카다피의 '최후의 보루' 카미스여단 순식간에 증발
카다피군 큰 저항없이 항복, 시민들 "리비아는 자유" 환호

 

우려했던 '최후의 발악'은 없었다. 픽업트럭과 왜건을 탄 리비아 반군은 21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진격 개시 24시간 만에 별다른 저항 없이 수도 트리폴리에 입성했다. 소규모의 친(親)정부 병력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요새에서 버티고 있지만,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반군이 이미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반군의 입성 현장이 마치 "일요일 오후의 한가한 드라이브같다"고 전했다.



시민들 "리비아는 자유다"

지난주 트리폴리 서쪽으로 48㎞ 떨어진 거점도시 자위야를 장악한 반군은 20일 밤 트리폴리로 전격 진군을 감행했다. 당초 자위야 함락 후 최소 2주 정도는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군은 그 허를 찔렀다. 미국이나 나토(NATO) 지도부조차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전개였다.

반군은 21일 낮 카다피의 7남 카미스(27)가 이끄는 32여단(일명 카미스 여단)과 맞닥뜨렸다. 트리폴리에서 불과 27㎞ 떨어진 곳에 있는 32여단은 수도 외곽을 수호하는 카다피의 최정예 부대다. 그러나 카미스의 행방은 간데없었고, 부대는 짧은 교전 끝에 무력하게 항복했다. 반군은 기지를 접수하고 기지 내 감옥에 갇혀 있던 정치범들을 석방했다. 기세가 오른 반군은 이날 해질 무렵 트리폴리에 다다랐다. 카다피 친위군의 '결사항전'을 예상했던 반군이 맞닥뜨린 것은 반(反)카다피의 상징인 옛 리비아 왕정 깃발을 흔드는 트리폴리 시민들이었다.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리비아는 자유다" "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 반군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국영 라디오 방송과 상업지구 등 트리폴리의 주요 거점을 모두 장악했다.



 

카다피의 카멜레온 패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육군 대위였던 청년 시절(맨 왼쪽부터) 쿠데타를 일으키며 42년 독재의 문을 열었다. 그는 독특하고 과감한 패션으로 자신의 철학과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자신의 출신 배경인 베두인 전통의상을 즐겨 입었다. 아프리카국 정상 모임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황금색 옷을 둘러‘아프리카 왕 중의 왕’임을 과시했다. 귀마개가 달린 털모자로 야성미도 뽐냈고 선글라스와 카우보이 모자로 독특한 패션감각을 과시했다. 범(汎)아프리카주의와 혁명의 선봉을 자처한 그는 가슴팍에 아프리카대륙과 혁명가들의 사진을 새겨넣은 옷과 제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자주 등장했다. /외신 종합
카다피 아들들 줄줄이 생포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무렵 반군 병력과 시민들이 트리폴리 중심부의 녹색광장을 가득 메웠다. 카다피가 종종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며 세력을 과시하던 자리다. 반군은 카다피가 1969년 집권 후 지은 '녹색광장'이란 이름을 이날부터 '순교광장'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지난 6개월의 반정부 투쟁 기간에 희생된 시민들을 기린다는 취지였다.

주인이 바뀐 광장에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과 삼남 사디가 반군에 생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이 터졌다. 사이프 알이슬람은 '카다피 후계자 1순위'로 꼽히며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해 온 인물이다. 곧이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장남 무함마드 역시 투항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광장의 하늘 위로 승리를 자축하는 요란한 총성이 다시 울렸다. 교착 상태에 빠진 전세가 급격히 반군 쪽으로 기운 변수는 리비아 서부 산악지대 무장세력이라고 LA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카다피가 반군 거점인 동부를 향해 전선을 펼친 사이, 트리폴리 배후의 서부 산악지대를 반군이 장악하면서 전세가 순식간에 반군 쪽에 유리하게 전개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이틀간 나토군이 트리폴리를 맹폭해 카다피군이 싸울 의지를 상실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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